중간고사까지 남은 시간은 지금부터 약 3주! 아직도 시험 공부에 돌입하는 것을 망설이는 당신이라면, 이런 패턴 때문에 매 시험마다 벼락치기를 하고 마는 당신이라면.. ! 이번 시험만큼은 적어도 벼락치기가 우리에게 왜 독(毒)이 되는지, 얼마나 해로운지는 알고 시작하자.

지난 해, 영국에서는 연습과 휴식의 관계에 대해 세 집단을 비교하는 흥미로운 연구가 이루어졌다.

　　　A.  휴식 없이 계속 연습을 한 집단

　　　B.  연습과 휴식을 반복한 집단

　　　C.  연습 없이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한 집단

위 집단 중 어떤 집단의 게임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을까?

모든 집단의 연습시간은 동일했지만, 연습과 휴식을 반복한 집단, 연습 없이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한 집단, 휴식 없이 계속 연습을 한 집단의 순으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 실험을 벼락치기 상황에 한 번 대입해 보자.

벼락치기란 바로 휴식 없이 계속 연습을 한 A 집단에 해당하는 공부방법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어떤 이유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사실 우리 두뇌는 우리가 ‘쉴 때’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면시간과 공부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면, 벼락치기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더욱 분명해진다.

신경과학자인 Maquet과 동료들(2003)은 수면 박탈(sleep deprivation), 즉 수면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학습에 관한 연구를 한 결과, 우리 두뇌는 잠을 자는 동안 낮에 배웠던 내용을 재생해 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식이 있는 낮 시간에 공부했던 내용은 잠을 자는 동안, 즉 무의식 중에 다시 한 번 두뇌에서 재현되면서 머리에 확실히 자리잡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면을 연구해온 Stickgold와 Walker(2007)는 수면시간을 2시간 줄이면 다음날 기억이 저하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렇듯 벼락치기 공부를 위해 수면을 줄이면 기억력뿐 아니라 뇌 기능을 활용하는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수면 중에는 낮 시간에 공부를 하는 동안 소모된 두뇌를 복구시키는 단백질의 합성이 증가되어, 뇌의 기능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면은 낮 동안에 습득한 정보를 재정리하여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정보는 기억이 잘 되도록 하고, 나아가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들을 정화한다고도 한다. 제대로 숙면을 취한 다음에는 공부를 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 시험에 대한 불안감과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간혹 “나는 벼락치기를 해야 공부가 잘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럴까? 정말로 지금까지 구구절절 언급한 “벼락치기가 독(毒)이 되는 이유”를 모두 극복해 내고, 벼락치기를 해야 좋은 성적을 받는 <벼락치기의 신>이 과연 있는 것일까?

물론 사람 일을 100% 확신하기는 어렵기에 ‘<벼락치기의 신>이란 절대로 없다’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반복학습의 측면에서 벼락치기를 생각해 보아도, 결론은 같다.

반복학습이 얼마나 효과적인가에 대한 연구(권오현, 2005)에서는 반복학습을 한 번 한 집단보다 네 번 한 집단이 문제 해결력뿐 아니라 자신감, 주의집중, 흥미까지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벼락치기를 하면 반복학습은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 하면 잔소리. 배웠던 내용들을 한 번만 제대로 훑기도 바쁜데, 반복해서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나는 벼락치기를 해야 공부가 잘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혹시 자신이 “자기구실만들기(self-handicapping)”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자. 자기구실만들기란 실패가 예상될 때, 그 실패에 대한 핑계거리가 될 행동을 미리 해버리는 것이다. 즉, 시험을 망쳤을 때 ‘나는 이번에 벼락치기를 해서 시험을 망친거야’ 라고 생각하기 위해서 일부러 벼락치기를 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함정!

벼락치기를 하는 데에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능 준비를 하다 보니 내신 준비가 늦어져서’, ‘차일 피일 미루다 보니 준비가 늦어져서, ‘자기구실만들기를 하다 보니 준비가 늦어져서’ 등등 …….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벼락치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준비가 늦어져서’ 일 뿐이다.

                                                                    -   맹자(孟子)의 고자장(告子章) 중에서 …

라고도 하지 않는가!

장차 좋은 시험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아무리 공부하기가 싫고 괴롭더라도 어서 마음을 다잡고 시험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아직 중간고사까지는 3주 정도가 남은 이 시점! 하루 빨리 공부를 시작해서, 이번 시험에서야 말로 벼락치기에서 벗어나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응원한다.